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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장소는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 까지는 아니지만 옛 사람들이 심은 소나무에 돌려 싼 숲. 소나무 낙엽이 갈려 있고 우거진 숲 속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서 다른 식물이 자라진 않는 모양이다. 10m 사방이 나무로 가려진 집 같다. 거기에 이젤을 세워서 보면  새가 선객이고 알을 품고, 계절이 지나가면 세끼가 집을 떠나는 순간에 조우하기도 한다. 물론 어떤 때는 새들의 둥지 밑에 자리를 잡아서 그들의 배설물 세례를 받기도 했다.
나무 틈새에서 외광이 눈이 부시게 들어온다.

그 환한 세상으로 나가 보면 이 동네 마지막 논이 황금빛을 품고 있다. 우리가 이사 왔을 때는 동네에 소가 있고 이런 둥근 논도 갈았을 텐데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올챙이도 있었고 왕잠자리도 사슴벌레도, 그러고 보니까 요즘은 잠자리가 많이 줄었다. 사슴벌레는 세워진 외등에 유인 받고 끝이 난 그가 마지막이다.

동산에는 벚꽃 나무와 아카시아도 많다. 봄이 오면 산에 분홍색 빛이 난다.
나무는 말없이 물과 공기를 만들어 주고 지구를 아름다운 파란 색으로 보이게 한다. 지구의 주민으로 그 파란 색에 각별함을 느끼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지.

해가 지는 무렵은 무섭기도 하다. 정신이 없어져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바람소리 , 낮과 다른 새 소리,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 같다. 풍경의 일부가 된 느낌.
기술 말고 가슴으로 그리고 싶다. 꾸준히 노력하므로 마음의 음직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눈물이 많다. 누군가 열심히 사는 모습만 보면 나는 그냥 눈물이 난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서 두더지를 만났다. 땅에서 나오다가 아스팔트길에서 헤매고 있었다.
나는 두더지에 친근감을 느낀다. 그는 외광 속으로 나와서 아마 힘들기만 했겠지만 나는 외광이 나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변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자.  항시 같은 것은 없고 남겨진 정보만 그대로 남는다.
변하니까 그립고 아쉽다. 이 순간을 다시는 못 만난다.

한국에 온지가 20년을 넘었다. 인생의 반이 되어 간다.
야외 사생을 시작한지 5년째, 한국하고 다시 한 번 만난 기분이다.
한국의 하늘, 바람, 나무 잎, 빛, 그림자.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일본말로는 木漏日(Komorebi )라는 명사가 있다. 어릴 때 제일 그리고 싶었던 그림이다.
나는 눈이 나빠서 안경을 안 쓰면 빛이 크게 퍼져 번지고 마치 비눗방울 같이 보인다. 눈을 크게 뜨면 완전한 원이고 반 감으면 반원이 된다. 올해 일식이 있었지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도 마찬가지로 이그러진다.
빛과 그림자는 정 반대이면서 같다는 생각에 인생의 우여곡절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짙은 그림자 속에는 무수히 많은 색깔이 숨어 있고, 다양한 그림자가 보일수록 빛이 더 아름답다.  
한국의 신엽은 아주 투명하다. 기후도 나무 종류도 연관성이 있겠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까닭은 앞으로 오랜 세월을 거쳐 사유할 만한 내 과제이고 ‘Korean landscape by Japanese는 LIFE WORK’이다.  



 2009. 가을   NAOMI GU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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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landscape by Japanese는 LIFE WORK’이다. 1 naomi 2009.10.06 10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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