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27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새벽부터 내리는 비가 그치지를 않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사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렇지 12월 21일인데 비가 오다니 .... 지구 온난화가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심각한 지구의 위기를 몸서리치게 새삼 느낀다. 결국 생존의 문제가 모두에게 다가 오는 것일까. 그래도 밝은 대낮의 환한 비가 아닌 어두운 듯한 날의 비는 나를 침잠케 한다.


병을 얻은지 벌써 일 년이 지났고 항암치료를 받은지도 내일 주사 맞고 나면 2 년차로 접어 든다.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그냥 주사를 맞았고 조금 익숙해지는 환자 생활에 얻어 걸린 주변 지식으로 꽤 많이 알게 됐지만, 이제는 겨울 넘기기에 최선을 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환자에게는 여름보다 겨울이 더 참고 견디기에 어려운 계절이다. 이제는 일 년 정도의 쌓여진 치료 여독이 몸을 좀 더 힘들게 하고 있지만 많이 없어진 암 세포 덕에 용기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됐달까. 간간이 찾아오는 고열이 나를 괴롭히지만 그래도 많이 적응이 되어선지 요령껏 몸을 달래고 구슬러 살아왔다. 올해도 간에 생긴 염증 때문에 가을에 좀 고생을 했지만 다행히도 염증치료가 잘 되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게 불행중 다행이다. 지금도 정확한 상태는 모르겠지만 의사선생이 염증치료약 끊겠다고 하고 항암주사 맞게 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3주 텀으로 진행되던 항암치료가 4주 텀으로 일주일 연장이 되서 몸이 조금 편해진 느낌이다. 일주일 늘어난 덕에 CT검사도 횟수가 줄어들 것이고, 몸도 덜 축 날 테니까. 난생 처음 해보는 항암치료지만 주사를 맞은 날부터 다시 주사를 맞으러 가는 날까지의 몸 상태는 싸인코싸인 곡선처럼 오르락내리락 하게 된다. 주사 맞으러 가기 전날인 오늘이 가장 좋은 상태가 된다. 약발이 가장 떨어진 시점에서 그렇다. 내일부터는 약간의 항암주사 부작용 때문에 좀 힘든 상태로 갔다가 다음 주 주사 다시 맞으러 가기 전에 조금 회복되다 다시 부작용 때문에 축 쳐지는 상태로 가게 된다. 그 후 병원 가기 3 주 정도는 계속 좋아 지는 상태로 바뀌게 된다. 이게 석 달 계속되면 CT 검사 하는 시기가 오고......혈액검사는 4 주 간격으로 매 번 하기 때문에 병원에 일찍 가서 해야 되고..... 이런 식으로 생활 한지도 일 년이 넘었다. 지겹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하기 싫기도 하고....... 그런 복잡다단한 생각들이 매일 같이 머릿속을 휘졌는다.

몸은 많이 좋아졌다니 그 말 믿고 열심히 치료 받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근 일년 드로잉 하나, 종이에 끄적거릴 집중력과 지탱해 줄 체력도 없었기에, 그릴 생각도 못 하다가 이제부턴 기운 차려서 그려 볼 요량이 생기고 있다. 작품에 대한 상상력은 자꾸자꾸 생각 바깥으로 기어나와 나를 유혹하고 있다. 잊기 싫어 작은 드로잉수첩에 메모를 해두지만 드로잉만 하랴. 작년에 병을 얻어 주변 정리를 하기 시작했을 때는 모두 다 잊고 남겨진 작품과 정리 해야할 많은 추억과 그 전리품들의 기억 확인과 말살에 그 의미를 두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작품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는게 고맙기만 하다.


대략 한 달에 일 주일 정도는 몸 상태가 좋은 정도니 그 시간에 작품을 하는게 좋을듯 싶지만 그것도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으니 확실하지는 않다. 일단은 끄적거리는 정도에서 시작하는 수 밖에 없다. 집중력과 지구력이 많이 떨어져서 내 처지를 이해 못하는 친구들은 '그림이나 그리면서 시간 보내!' 하지만 작품하는게 메인 잡인 나로서는, 사이드로 그림 그려 트위터에 올려 놓는 '이 외수'가 될 수는 없다. 쉽게 못 가는게 작가다.


아무튼 새로운 일 년이 다가 오고 내가 그 일년에 포함되서 새로운 새해를 맞고 다시 한 번 노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싶다.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 조력을 받는 위치에 있지만 그 전으로 돌아가서 스스로 서서 남을 도와주는 단계까진 아직 모르겠고 내 몸 하나 건사할 수 있는 상태까지 갔으면 좋겠다. 그게 바람이라면 바람이겠지.


근 일년 넘게 병문안 와서 내게 엔돌핀이 솟게 해주고 즐거움을 주며,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고마운 마음 드린다. 환자에겐 병문안이 참 좋은 약이라고 생각한다. 대화할 수 있으니까. 그것만큼 좋은 약이 있을까 싶다. 웃고 얘기하고 들을수 있는 만남은 환자에게 참 좋은 정신 상태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그 시간만큼은 멀쩡한 사람 같다 느낄 수 있으니.....


P1140780.gif











?

  1. 스스로 만든 가구들

    스스로 만든 가구들
    Date2016.06.27 Bynaomi Views3959
    Read More
  2. Memento 2015-II(기억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새벽부터 내리는 비가 그치지를 않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사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렇지 12월 21일인데 비가 오다니 .... 지구 온난화가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심각한 지구의 위기를 몸서리치게 새삼 느낀다. 결국 생존의 ...
    Date2015.12.21 By도흥록 Views4278
    Read More
  3. Memento 2015-I(기억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근 일년 넘게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쓰지 못했다. 그 일년 동안 내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봄부터 시작한 아침 운동으로 몸이 건강해졌다라는 느낌이 내게 삶의 새로운 시각과 새로움을 향한 열정을 불러 일으켰고 작품에 대한 열의가 움트고 있을 때였...
    Date2015.04.28 By도흥록 Views6020
    Read More
  4. 소장작품 5

    안 혜경 작품. 야외에서 찍은건 대형작품이고 실내서 찍은 건 소형 작품. 유리로 만든 거라 무게가 상당히 나감. 통유리를 가공하여 인체의 형상을 만드는 작가. 남편도 유리공예가였는데 2 년 전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서 사망. 아들만 둘 있는걸로 알고 ...
    Date2014.03.17 By도흥록 Views6190
    Read More
  5. 소장작품 4

    이 인현 작품. 판화 작품. 일본 유학 갔다 와서 얼마 있다 한 개인전(수화랑?) 끝나고 아내가 구입한 작품. 심플한 반원이 강한 힘을 보여 주는 작품. 흠이라면 이 우환 필이 좀 많이 나서 그런 작품이 인현 작품. 판화 작품. 일본 유학 갔다 와서 얼마 있다 ...
    Date2014.03.03 By도흥록 Views5677
    Read More
  6. 소장작품3

    최종태선생님이 내게 그려준 작품. 좌축 상단에 내 이름이 선명하다. 1977년 정초에 세배갔을 때 흥에 겨워 다들 한 장씩 싸인펜으로 쓱쓱 그려 주셨는데 아제는 세월의 더께를 못 이겨 많이 색깔이 날라 가버려 희뿌연 느낌만 남아 있다. 김창세작...
    Date2014.02.05 By도흥록 Views5760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Next ›
/ 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